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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사람들과 잘 지내기


새로운 사람들과 잘 지내기

금융기관에서 임원으로 재직하다 회사를 그만두고 강의를 하러 다닐 때였다.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한 수험생을 위한 강의였는데 주로 하루에 8시간 연강으로 하는 강의였다.

대부분의 수강생들이 현직 직장인들이라 강의는 대부분 주말에 진행 되었다.

어느 토요일에 매주 강의를 하던 강의장에 정해진 시간에 도착했더니 수강생이 한명도 없이 조용했다. 이상해서 담당하던 직원을 만나 물어 보았더니 그날 강의가 취소되었는데 나한테 강의 취소통보를 못했다고 하며 죄송하다고 했다.

그런데 그 담당자는 아르바이트생이었다. 상급자를 만나 따지고 싶었지만 강의를 계속해야하는 강사입장에서 생각해보았더니 그것은 별로 좋은 방법 같지 않아 알았다고 하고 발길을 돌리고 말았다.

현직에 있을 때였다면 사내외에서 만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급이 비슷한 임원이거나 부장급이었을 텐데 퇴직을 하고 보니 아르바이트생이 내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는 것이었다.

결국 그날 하루 일정이 다 비어버려 집으로 돌아가서 상황설명하기도 구차한 것 같아 하루종일 밖에서 시간을 보내고 귀가를 한 적이 있다.

그 뒤에 퇴직하고 조금시간이 더 지나 내가 근무하던 회사를 방문한 적이 있다. 직장후배였던 한 임원을 만나기 위해 방문한 것인데 입구에서 방문객들을 관리하는 데스크 직원이 까다롭게 이것저것을 물어보고 임원실에 전화를 해서 확인을 한 이후에 임원의 비서가 와서 방문허가가 났다. 얼마 전까지 그 데스크 직원들을 관리하는 부서담당임원이기도 했지만 퇴직자라는 이유로 그냥 아무개 방문객으로 대접받은 것이다.

그 이야기를 전해들은 후배임원도 씁쓸한 웃음을 보였다.

비슷한 시기에 시간강사로 여러 대학에 대학강의도 하러다녔는데 강사실이 따로 준비된 학교도 있지만 대부분의 사간강사들은 잠시 쉴 곳도 없고 학생들과 같이 학교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는 떠돌이 같은 보따리 장사라고 자기비하를 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런 시간강사들의 임용은 학과장들이 연락하는 경우들이 대부분이지만 강의 종료통보는 대부분이 조교들이 연락한다. 심지어는 문자로 통보가 오기도 한다.

퇴직을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출근하지 못하고 급여가 안 나오는 것만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만 돈 이외에도 현직에 있는 동안 누렸던 여러 가지 혜택들이 없어지는 것에 대해서는 크게 생각하지 못하는 경우들이 많다.

직장생활을 하는 동안 누릴 수 있는 여러 가지 혜택들 중에는 규정상 정해진 금전으로 환산이 가능한 여러 가지 복리후생적인 혜택도 있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정성적인 혜택들도 상당하다.

어떤 경우에는 이런 눈으로 보이는 정량적인 혜택보다는 측정하기 힘든 정성적인 혜택들의 사실상 퇴직자들을 더 힘들게 만들기도 한다.

퇴직자들이 겪는 심리적인 상실감이 가장 큰 요소들 중의 하나가 종전과 같은 직책이 없어진다는 것인데 직책은 조직에서 자신의 위치를 나타내는 중요한 척도이다.

여러 사람들이 모여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는 조직은 각자의 역할을 정하고 그에 맞는 책임과 권한을 부여하게 되는데 여기에서 누리는 권한은 직책에 맞게 조정된 것이다.

결국 직책이 없어진다는 것은 그것에 맞는 권한도 같이 없어진다는 것인데 이러한 상황을 맞이하게 되면 머리로는 이해가 되지만 마음은 쉽게 이런 것들을 받아들이기 못한다.

한 지인은 방송국에서 PD를 하다가 퇴직을 했고 사회모임의 사무국장을 맡았다. 대부분의 사회모임들이 회장과 사무국장형태의 조직구조를 가지고 있는데 실제 업무는 사무국장이 집행하고 회장은 모임운영에 필요한 회비찬조와 타이틀만 기지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지인이 속한 모임도 총회나 임원회의를 통해 결정된 사안들을 사무국장이 집행하면서 필요한 자금을 회장이 가지고 있는 회비통장에서 인출해서 사용하는 구조였다.

그래서 회비집행을 위해 회장에게 연락을 할 때마다 회장은 자신의 비서에게 연락해서 그 돈을 받아가라고 했다. 회장비서는 이 일 저 일을 핑계로 전화연락도 잘 되지 않고 연락을 해도 자금집행을 그때그때 해주지 않아 일처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했다.

그런데 이 지인도 방송국에서 근무할 당시 사장비서실장까지 했던 인물로 현직에 있을 때라면 모임회장도 자신을 함부로 할 수 없는 지위를 가지고 있었는데 작은 모임에서 사무국장으로 무료봉사를 하면서 퇴직을 했다는 이유로 이제 그 회장의 비서에게도 사정을 해야하는 처지가 되어버렸다며 기회가 있을 때마다 하소연을 하곤 했다.

그래서 행복한 은퇴생활을 영위하고 싶다면 퇴직이후 만나는 사람들과의 관계를 새롭게 잘 시작해야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종전직장에서 자신이 누리던 직책에서 자유로워 져야한다. 종전직장에서의 그 자리에서 누리던 것들에 대해서 집착하게 되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물에 기름떠돌 듯 외톨이가 되어버릴 가능성이 매우 크다

퇴직 후 새롭게 일을 시작하는 경우 그 환경에 맞는 새로운 변신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그일에 대한 적응도가 달라질 수 있다.

공무원을 정년퇴직 후 자신이 관리하던 회사의 현장직원으로 들어가 궂은 일도 마다하지 않고지내고 있는 동창생도 있다

한 지인은 보험사에 판촉물을 납품하는 사업을 영위하다가 지방대학교 앞에 식당을 열었다.

판촉물 납품당시에는 거래규모도 상당했고 만나는 사람들도 자신이 납품을 받는 거래처의 사장들이나 자신이 납품하는 보험사의 지점장이상의 인물들이 주 대상이었다. 비즈니스 방법도 이차삼차로 이어지는 접대를 받거나 접대를 하는 그런 방식이었다.

결국 많은 음주와 스트레스로 건강을 잃게 되어 상당기간을 쉬다가 새롭게 시작한 일이 대학앞의 식당이었다.

주고객층은 간혹 교수들도 있었지만 대부분이 이십대 초반의 학생들이었다. 그래서 학생들을 자신의 자식들처럼 생각하고 그들을 대했다. 실제로 많은 학생들도 그를 아버지라 부르며 단골이 되어 갔고 방학 때는 아버지와 헤어지기 싫다고 하는 학생들도 있고 졸업 후에도 그 지인을 만나러 오는 졸업생들도 상당하다. 물론 식당도 잘 운영이 되어 판촉물사업에서 생긴 부채와 휴직기간동안 발생한 손실금 등을 다 정리하고 새롭게 식당규모를 넓히고 방학 때는 식당문을 닫고 부부가 같이 여행을 다니는 수준이 되었다.

전통주를 만드는 많은 양조장 주인들도 대부분 은퇴전후의 연령대로 인생후반에 새롭게 시작한 이들이 많다. 그런데 이들 대부분도 박람회장에 나와서 직접 자신의 술을 홍보하고 판매를 한다. 간혹 여러 명의 직원을 두고 대규모로 사업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이 부부가 같이 운영하거나 자녀들과 같이 가족경영형태로 운영하고 있다. 전통주도 최근에는 가격도 비싸고 품질이 고급화 되어가고 있다. 그래서 막걸리 한병에 만원 이만원하는 술이 많다. 이런 술들을 받아들이는 고객층은 대부분이 삼십대 전후의 젊은이들이다. 이들의 눈높이에 맞는 제품개발과 고객응대능력이 없으면 이 업계에서도 생존하기가 힘들다. 그래서 어렵겠지만 자신이 새롭게 만나는 사람들의 눈높이에 맞는 응대방법에 대해서 고민하고 그들과 잘 어울리는 것에 대해서 망설이지 않는 태도를 갖는 것이 골든 시니어가 되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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