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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목표가 없는 은퇴생활




첫 직장 퇴직 후 12년이 지났다.

돌이켜 보면 그 12년은 긴 시간이기도 하지만 빨리 지나간 시간이기도 하다.

절대적이 시간으로 보면 12년의 시간은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이지만 다른 한편으로 지나놓고 보니 내가 회사를 나오던 날이 마치 엊그제 인 것 같은 시간들이기도 하다. 다른 퇴직자들도 만나보면 대부분 퇴직 후 시간들이 대부분 그러하다고 한다. 직장을 다닐 때는 어쨌든 급여의 반대급부로 내가 이룬 일들이 어떤 형태로던 흔적이 남지만 퇴직 후 삶에서는 정신차리지 않으면 무엇을 하며 무엇을 이루었는지에 대한 것이 전혀 없이 시간은 지나고 나이만 먹게 되어 퇴직 후 언제 이렇게 시간이 지났지 하며 반문할 때가 많다고 한다. 은퇴 후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한 목표가 없으면 정말 퇴직 후 30,40년이라는 시간은 숨만 쉬다가는 시간이 될 수 있다.

그래서 은퇴목표가 없는 은퇴생활은 돛대 없는 배와 갔다. 어디로 어떻게 갈지 모르는 상태에서 닥치는 대로 하루하루를 보내는 것이다. 실제 은퇴생활자들을 만나보면 대부분 은퇴 후 짧은 기간 동안 참 여러 가지를 경험한다. 몇 군데의 직장과 몇 가지의 사업과 몇 차례의 여행을 다녀온 전과를 자랑한다.

그런데 그 몇 차례의 재취업과 창업과정들은 그만둘 수밖에 없었던 어쩌면 그리 특별하고 구구절절하기까지 한 이유들이 있는지 신기하기까지 하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누군가가 그런 상황에 다시 빠진다면 자신은 도시락을 싸서 쫓아다니면서 적극 반대할 것이라는 것이다. 그 얘기는 자기가 그런 상황에 들어갔을 때는 그것이 실패 할 것이라는 것을 몰랐다는 이야기가 될 수 있다.

그래서 한 발만 물러서서 보면 누구나 알 수 있는 그런 단순한 함정에 왜 빠졌는지를 질문하면 그때는 그런 것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흔히 눈에 콩깍지가 씌었다고 하는 그런 상황인 것 같다고 하는데 사실은 은퇴라는 사건에 임하면서 무엇이라도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에 고려해야 할 여러 가지 상황들을 헤아리지 않고 보이는 것만 보고 좋은 점만을 기준으로 선택한 결과라고 한다. 그야말로 닥치는 대로 어디로 가야 하는지도 모르고 달린 결과이다.

그래서 목표가 필요하다. 목표는 적극적 행동을 끌어내는 성공요인이다. 성공한 사람들은 거의 모두 자기의 생각을 행동에 옮긴 적극적인 사람들이다. 반대로 보통 사람들은 대부분 생각만 하고 행동으로 옮기지 못한다. 전자를 ‘적극적인 사람’이라고 하고, 후자를 ‘소극적인 사람’이라고 한다. 성공을 원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적극적인 행동’을 하기 위해 애를 쓰지만 어떻게 해야 적극적인 사람이 되는지 그 방법은 잘 모른다. 적극적인 사람은 ‘적극적인 행동’을 하는 사람이고 적극적인 행동은 ‘목표’가 있어야 가능하다. 목표에는 두 가지 마력이 있는데, 하나는 ‘적극성을 유발하는 힘’이고, 다른 하나는 ‘결과를 만드는 힘’이다. 가령 중요한 약속을 했는데 약속 장소에 가려면 시간이 촉박하다고 하자. 그때 우리는 뛰게 된다. 한눈 팔 겨를도 없이 오로지 뛸 것이다. 뛰는 것은 걷는 것에 비해 적극적인 행동인데 바로 시간에 맞춰 약속 장소에 가야 한다는 ‘목표 시간’이 있기 때문이다

또 동전 따먹기 게임을 알고 있을 것이다. 4~5미터 전방에 선을 그어놓고 차례로 한 사람씩 동전을 던져 그 선에 가장 가까이 던진 사람이 나머지 동전을 모두 갖는 게임 말이다. 다들 던지고 나서 보면 선에 못 미친 것, 선에 닿은 것, 선을 넘어간 것 등 그 많은 동전들이 선 주변에 모여 있다. 이 동전들이 왜 선 주위에 모여 있겠는가? 바로 ‘목표 지점’이 거기 있기 때문이다. 적극적인 사람이 되는 것도 이와 같은 이치다. 전자는 ‘목표 시간’ 때문에 뛰어야 하는 적극적인 행동이 나온 것이고, 후자는 ‘목표 지점’ 때문에 동전들이 선 주변에 모이는 결과를 가져왔다.

며칠전 주막에 후배가 찾아왔다. 보증보험회사를 다니다가 IMF때문에 첫직장을 나와서 외국계 보험회사 교육부에서 근무하다가 몇 년전 두 번째 퇴직을 한 친구였다. 퇴직 후 내가하는 은퇴자 교육기관에서 만났는데 그것이 벌써 3년전 일이었다. 그러다가 갑자기 며칠전에 전화로 한번 만났으면 좋겠다고 해서 주막에 찾아온 것이다.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지를 물었더니 불교신자라 템플스테이 관련 일을 몇군데 절에서 하다가 너무 힘들어서 그만두고 지금은 서울시에서 하는 은퇴자 교육센터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데 이렇게 남은 인생을 보내야 하는지 갈등이 생겨서 찾아왔다고 했다. 그러면서 아직 까지도 은퇴 후 어떻게 살아야 될 것인지를 고민하고 있는데 그것이 무엇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자기는 절과 관련한 일을 하고 싶은데 우선 가족과 떨어져서 지내야하고 자기가 맡은 업무가 육체적으로 너무 힘든 일이라 그 일만 아니면 가급적 그 분야의 일을 하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손님을 필요로 하는 사찰과 템플스테이를 원하는 고객과의 중개를 하는 업종 중에 틈새 일을 찾아 해보면 어떠냐고 했더니 무릎을 탁치며 그 일이라면 자신에게 좋은 생각이 있다며 왜 그 생각을 못했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해야 될 일을 찾아서 너무 고맙다고 하며 돌아갔다.

며칠 후에 우리나라에서 처음 열리는 동계올림픽이 개막하는데 그 경기 중에 목표를 정확히 보여주고 도달하는 것에 따라 승부가 나는 컬링(Curling)이라는 게임이 있는데 이 게임은 4인으로 구성된 두 팀이 얼음 경기장 위에서 둥글고 넓적한 돌인 ‘스톤’을 표적을 향해 미끄러뜨려 점수를 따내 승부를 겨루는 겨울 스포츠 경기이다. 볼링이나 셔플보드와 방식이 유사하다.

경기 방식은 먼저 각 팀이 번갈아가면서 ‘하우스’(house)라 불리는 원 속의 표적을 향해 ‘스톤’을 미끄러뜨린다. 이때 두 명의 ‘스위퍼’(sweeper)가 스톤의 이동 경로를 따라 함께 움직이면서, 타이밍을 재는 기구와 경험에 따른 판단력 등을 동원하여 ‘브룸’(broom)이라 불리는 솔을 이용해 ‘스톤’의 진로를 조절, ‘스톤’이 목표지점에 최대한 가깝게 멈추도록 ‘센터 라인’을 닦는다. 이를 바탕으로 마지막에 ‘스톤’을 ‘하우스’에 얼마나 가깝게 위치시켰느냐로 득점을 계산하게 된다. 목표에 누가 얼마나 더 근접했느냐가 승부요소이다. 은퇴생활은 컬링경기 하듯이 그렇게 스트레스를 받아가며 경쟁하듯이 할 일은 아니다. 하지만 은퇴생활은 인생의 후반부를 관통하는, 인생 전체로 보면 그 중요도가 은퇴 전 삶에 비해 절대 뒤처지는 기간이 아니라는 관점에서 우리가 가고 싶은 학교와 직장을 결정하고 승진에 목숨을 걸다시피 했던 직장생활의 목표 그 이상으로 은퇴목표가 설정되어야 한다.

뚜렷한 은퇴목표가 없는 상태로 은퇴생활에 임하면 은퇴생활은 돛대 꺾인 난파선처럼 비틀거리다 침몰하고 말 것이다. 그만둘 날짜만 기다리며 지루해했던 직장생활보다도 지내는 동안은 시간이 가지 않아 너무 지루하고 지나보면 과연 그 시간동안 무엇을 했는지가 기억도 나지 않는 그런 순간처럼 지나버릴 수 있는 것이 은퇴생활기간이다.

그리고 직장생활 기간동안보다도 더 길고 자신을 위해 훨씬 의미있는 시간으로 사용할 수 있는 시간들인 은퇴이후 시간들을 효과적으로 사용하려면 언제 은퇴를 할 것인지 그리고 어디서 누구와 무엇을 하며 지낼지를 연령대별로 자신이 좋아하고 보람 있는 활동들로 채우는 계획이 담긴 은퇴목표가 필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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