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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진Kibo Jun

부자로 산다는 것


부자로 산다는 것

최근 기생충이라는 영화가 해외에서 큰 상을 받고 우리나라에서도 인기리에 상영 중이다.

빈부의 격차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사회문제를 비판한 수작이라 하는데 이 영화를 보면 부자가 행복한 것인지 지하실에 사는 것이 행복한 것인지 아니면 이 영화에 등장하지 않는 중간층이 행복한 것인지 궁금증이 생긴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이런 질문이 생긴다.

금전적인 부는 행복을 결정하는 절대적인 기준일까?

그런데 영화 속 두 계층이 아닌 관람객인 우리도 잘사는 것이 부자로 사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부자로 살면 행복하다고 생각한다

어린 아이들이 친구 집에 놀러 갔다 오면 엄마들이 묻는다.

그 집은 어떻게 사는 것 같니?

그러면 아이는 “응 걔네 집 되게 잘 살아” 라고 대답한다.

그 아이가 본 것은 그 집의 인테리어와 가전도구와 장난감 등인데 그 집이 아주 잘 산다고 한다. 정말 그 집이 잘 살고 있는 것을 제대로 본 것일까?

그 아이의 잘사는 것에 대한 판단 기준은 물질이다.

그것도 어린아이의 시각에서 바라본 자기 중심적인 판단이다.

그런데 그 아이 엄마가 그 집을 방문했어도 같은 판단을 했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엄마의 판단기준과 아이의 판단기준이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물질적 풍요가 잘사는 것이고 또한 행복할 것이라는 등식이 통하는 사회가 비단 우리 뿐만은 아니다.

자본주의 국가의 대부분이 그러하고 심지어는 사회주의 국가에서도 물질은 삶을 관통하는 중요한 판단기준이 되어 영혼을 팔아서라도 부자가 되어야 된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그래서 극단적으로 대한민국의 오늘의 사회문제라고 생각하는 이런 주제의 영화가 세계적인 공감대가 형성되고 국제영화제의 대상수상작이 될 수 있었던 것이라 생각한다.

우리가 이런 물질이 삶의 질을 결정한다는 생각이 가장 강하게 하게 된 것은 새마을 운동전후라고 생각하다.

우리는 그 당시 아침이면 매일 잘살아 보세라는 음악을 듣고 잠자리에서 일어났다.

잘살아 보세 잘살아보세 우리도 한번 잘살아 보세 부귀영화도 우리 것이라는 노래말이다.

물론 이 노래가 새마을 운동을 위해 만들어진 노래는 아니지만 새마을 운동을 이 노래만큼 잘 표현한 노래는 없다.

그런데 새마을 운동의 본질은 가난을 벗어나서 부자로 살아 보자라는 것이었는데 그런 결과로 부자는 잘사는 것이고 그려면 행복할 것이라는 생각들이 자연스럽게 자리한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열심히 살았고 그래서 부자가 되기는 했지만 행복은 기대한 만큼 크지 못하다.

영어로는 잘사는 것이 well-being 인데 웰빙과 부자는 좀 다른 느낌이다.

웰빙은 자본주의의 극대화로 말미암은 현대 산업사회의 병폐를 인식하고, 육체적, 정신적 건강의 조화를 통해 행복하고 아름다운 삶을 영위하려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나타난 새로운 삶의 문화 또는 그러한 양식을 말한다. 다시 말해 우리가 말하는 물질만능의 부자로 사는 것을 넘어서는 정신적 건강의 조화가 중심이 되는 개념이다.

그런데 왜 우리는 금적적인 부자가 되려고 할까?

부자가 되면 좋은 것들이 많기는 사겠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큰 것이 여유로움일 것이다.

가난이 궁핍이라면 부자는 여유라고 할 수 있는데 가난으로부터 발생하는 궁핍을 벗어나면 선택의 자유가 많아진다.

가지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것 먹고 싶은 것들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경제적인 여유가 생긴다는 점이다.

그런데 지금의 부자들은 이런 돈으로 살 수 있는 것들을 넘어서 사람도 살 수 있고 그 사람의 인격도 살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통제하지 못하는 갑질에 익숙해진다. 돈이 모든 것을 결정하는 기준이 되는 것이다. 가진 것만큼 자신의 인격이 높아지고 존경심도 생기는 것으로 생각하고 자신보다 적게 가진 이들에게 자신을 존경하라고 강요한다.

또 부자들은 부를 통해 얻어지는 여유로움을 보다는 가진 것을 지키는 것에 대해서도 걱정한다.

우리가 생각하는 적정한 부를 가지면 여유로워져야 하는데 실제 부자들은 가진 것 만큼 욕심의 크기도 커진다. 그래서 지금보다 더 많이 갖기를 원하며 가진 것을 나누어 쓰기 보다는 더 많이 가지기 위해 가진 것들을 지켜야하고 새로운 것들을 더 가지려고 욕심을 낸다.

적당히 가진 사람들이 가진 것에 만족하거나 더 이상의 얻는 것이 관심을 갖기보다는 삶의 질에 대해서 관심을 갖는 것과 비교하면 결국 부자가 행복하다는 것은 등식이 성립하지 않는다.

많은 이들이 노년에 여행을 가고 싶어하지만 실행하지 못하는 가장 큰 요인인 금전적인 문제가 전혀 없을 것으로 판단되는 꽤 많은 재산을 가진 실제 내가 알고 있는 동호회모임의 6-70대의 부자들은 해외출사 한번 제대로 가지를 못한다.

자신의 가진 것을 지키거나 새로운 것들을 갖기 위해 짜여진 많은 스케줄과 혹시 자신 없는 사이에 발생한 문제나 아니면 외국 여행 중에 자신에게 닥칠 수 있는 사고 우려 때문에 결정을 하지 못하는 것이다. 사고 우려도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민감도가 훨씬 높다. 어렵게 결정한 여행준비과정에서도 여행목적지와는 직접적으로 연결되지 않는 유행성 질병이나 자연재해 사고를 뉴스를 이유로 대면서 여행을 포기하는 경우들도 많다.

한 미국인 컨설턴트가 멕시코에서 만난 노인 어부가 하루에 두 시간만 고기를 잡고 나머지는 손자들과 한가롭게 놀고 있는 것이 못마땅해 자신의 직업정신을 발휘해 노인에게 더 많은 시간동안 고기를 잡아서 돈을 많이 벌어서 여유롭게 지내라고 충고하자 그 어부는 내가 지금 그렇게 지내고 있는데 왜 다시 그런 고생을 해야 하느냐고 질문하는 이야기는 골든 시니어를 위해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가 말하는 골든 시니어는 금전적인 부자보다는 여유로운 노년을 위한 이야기이다. 행복한 노년에 금적적인 문제가 중요하기는 하겠지만 그보다는 주어진 시간을 알차게 보내는 여유로움에 대해서 집중해보자.

우리 술이 상을 타고 나서 꽤 많은 이들이 양조장을 증설하고 유통망을 넓히라고 조언한다.

그런데 우리는 생산시설을 증설하지도 않았고 유통망을 키우지도 않았다.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감당 할 수 있는 범위안에서 양조장을 운영할 계획이다 내 인생에서 가장 귀중한 60대를 매일 술만 만들면서 그 일에 빠져 지내고 싶지 않다는 내 생각 때문이다. 부자를 금적적인 것만으로 판단하지 말고 자신이 가질 수 있는 모든 것을 가지고 판단해보자. 나를 행복하게 해 주는 남들이 갖지 못한 나만의 것들도 많은 데 왜 돈만 가지고 비교를 하고 그것으로 행복을 판단하려 할까? 육십이 넘어서면 이제는 적어도 그런 것들 이를테면 돈이나 권력이나 명예나 외모가 얼마나 부질없는 것이며 지킬 수 없는 것인 가를 판단할 능력은 가지고 있지 않을까?

지금까지 우리는 짓누르고 있던 돈에 대한 욕심과 걱정을 조금씩 줄이고 내가 가진 장점과 남은 인생을 행복하게 즐길 수 있는 작은 활동들을 실천해 보자. 금전적인 부자보다 마음의 여유를 즐길 수 있는 부자가 진정으로 행복한 노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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